Part 3. 1990년대: 외국과의 전쟁, 그리고 K-과자의 독창적 반격
"포카칩, 오징어땅콩, 빼빼로… 한국 과자의 황금기가 시작되었다"
들어가며: 개방의 시대, 과자 전쟁의 포문이 열리다
1990년대 대한민국은 WTO 가입으로 수입 과자 시장이 개방되었다. 초콜릿, 감자칩, 젤리 등 외국 브랜드들이 밀려들어왔지만, 한국 과자 업계는 오히려 **‘독창성’**으로 맞섰다. 매콤한 감자칩, 오징어와 땅콩의 기묘한 조합, 11월 11일을 ‘과자 데이’로 만든 빼빼로까지. 이 모든 것이 90년대에 탄생했다. 당시 초등학생이었던 3040 세대의 추억을 되살리며 K-과자 혁명의 현장으로 떠나보자.
1. 외국 과자 대량 유입: 위기인가 기회인가?
1) 1993년 도리토스의 충격
- 한국 진출: 펩시코의 도리토스가 1993년 국내에 상륙하여 "니가 간 칩" 광고로 마케팅을 진행했다.
- 소비자 반응:
- 호기심 구매로 첫 달 매출 50억 원(현재 가치 약 1,000억 원)을 돌파했다.
- 그러나 "너무 짜고 기름지다"는 평가와 함께 6개월 후 매출이 70% 감소했다.
2) 오레오의 실패와 교훈
- 1995년 롯데 오레오: 한국인 입맛에 맞춰 당도를 20% 낮추고 커피와 함께 먹는 광고 전략을 펼쳤다.
- 결과: 미국식 달콤함을 기대한 소비자들의 실망으로 2년 만에 단종되었다.
3) 프링글스와 감자칩 경쟁
- 1996년 P&G의 프링글스가 국내 시장에 진입하며 ‘통 감자칩’이라는 차별화된 포인트로 승부를 걸었다.
- 실패 요인:
- 원통형 패키지의 불편함과 인공적인 맛에 대한 부정적 평가가 이어졌다.
- 오리온과 해태는 한국인 입맛에 맞는 바삭함과 양념을 강조한 감자칩 개발에 집중했다.
2. 한국 과자의 반격: 독창성으로 무장하다
1) 포카칩 (오리온, 1988년)
- 개발 비화: 미국 레스토랑의 와플 컷 감자튀김에서 영감을 얻어 0.8mm 두께의 얇은 감자칩을 개발했다.
- 기술적 혁신:
- 자체 개발한 양념 분사기로 매콤한 맛을 균일하게 코팅했다.
- 1995년 질소 포장 도입으로 눅눅해짐을 방지하고, 봉지에 공기층 투명 창을 추가해 제품 가시성을 높였다.
- 마케팅:
- 1994년 MBC 「일요일 일요일 밤에」와 협업한 "포카로 가자!" 캠페인으로 유행어를 창출했다.
- 1997년 외환위기 시 "IMF 특별가" 광고로 소비자 공감을 얻었다.
2) 오징어땅콩 (해태제과, 1983년)
- 부활의 비결:
- 1991년 MBC 드라마 「사랑이 뭐길래」 이영애의 먹방 장면으로 판매량 200% 증가.
- 군대 PX에서 "오징어땅콩 + 맥주" 조합이 20대 남성 타깃으로 인기를 끌었다.
- 과학적 분석:
- 오징어 분말의 구아닐산과 땅콩의 지방산이 결합해 감칠맛(우마미)을 증폭시켰다.
3) 빼빼로 (롯데제과, 1983년)
- 빼빼로 데이:
- 1994년 11월 11일을 ‘과자 데이’로 기획해 판매량 10배 증가.
- 중국 진출 시 "빼빼로" 발음이 "쌔쌔로"(번쩍이는)로 오해받아 브랜드명을 **"껌껌"**으로 변경했다.
- 개별 포장: 위생성 강조와 성인 타깃 확대로 사무실 간식 시장을 개척했다.
3. 90년대 과자 문화의 아이콘
1) 애니메이션 캐릭터 마케팅
- 포켓몬 스티커 사탕:
- 1999년 뽑기 형식 스티커가 초등학생 사이에서 화폐처럼 통용되었다. 희귀 스티커는 5,000원까지 거래되기도 했다.
- 요술공주 밍키:
- 조각 3개 모아 교환품 받기 이벤트로 봉지 10개 이상 구매 행태를 유발했다.
2) 학교 앞 문방구의 사회적 역할
- 50원 과자:
- "찰떡이", "왕소라", "짝꿍" 등 30여 종의 과자가 경제적 계층을 초월한 민주적 간식으로 사랑받았다.
- 문방구 주인의 중개자 역할:
- 아이들의 맛 트렌드를 실시간 파악해 제조사에 피드백을 제공했다. 예: "대왕소라" 출시 계기.
4. 기술 경쟁: 외국과의 숨은 전투
1) 포장 기술의 산업적 혁신
- 질소 포장: 일본 기술을 뛰어넘은 독자 개발로 제품 신선도와 브랜드 이미지를 동시에 개선했다.
- 맛 연구소 설립:
- 1996년 농심은 전자혀(Electronic Tongue)로 양념 분포를 0.1mm 단위로 측정해 최적화했다.
2) 맛 개발의 과학적 접근
- 오징어 볶음 실험:
- 150℃에서 8분간 볶을 때 구아닐산이 최대치로 추출된다는 사실을 발견해 공정에 적용했다.
5. 1997년 외환위기: 위기 속의 기회
1) 감정적 소비 트렌드
- 롯데의 "빼빼로는 사랑입니다" 캠페인으로 경제적 불안을 위로하는 메시지를 전달했다.
- 오리온은 포카칩 가격을 300원으로 인하하며 국내 감자 수급망을 확보해 경쟁사와 차별화했다.
2) 해외 원자재 안정화
- 농심은 1998년 러시아 감자 농장을 운영해 원료 가격 변동 리스크를 줄였고, 이는 허니버터칩 개발의 기반이 되었다.
6. 해외 시장 도전: 성공과 좌절
1) 중국 시장 교훈
- 2003년 사천맛 포카칩 출시 전 현지 식품학자와 협업해 고추기름 + 산초 레시피를 개발했다.
- 패키지 현지화: 빨간색과 금색으로 "행운"을 상징하는 디자인을 적용했다.
2) 동남아 문화적 장벽
- 태국에서 오징어땅콩이 실패한 이유는 불교 문화적 기피 현상이었다. 2005년 **"타이칠리맛 땅콩"**으로 재출시해 성공했다.
결론: 90년대가 남긴 유산
1990년대는 맛, 기술, 마케팅의 삼각 축으로 K-과자의 정체성을 확립한 시대였다. 외국 브랜드와의 경쟁은 허니버터칩의 글로벌 성공과 K-푸드 열풍의 초석이 되었다. 질소 포장, 맛 연구소, 현지화 전략은 현재 비건 과자와 대체육 개발에도 적용되며 지속 가능한 혁신을 이어가고 있다.
다음 편 예고:
2000년대 한국 과자 산업은 웰빙 트렌드와 AI 맛 개발로 새로운 전환점을 맞는다. 허니버터칩의 SNS 열풍부터 아몬드브리즈의 프리미엄 전략까지!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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